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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LIFE

2024 새해 첫 날, 문상훈과 맥코이 한남 나들이

by taejun2da 2024. 1. 31.

2024년 1월 1일 새해는 문상훈과의 한남동 나들이로 문을 열었다.

문상훈의 책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을 들고

우연히 발견하고는 날이 더운 날 방문하고 싶었던 한남동의 골목에 위치한, 왠지 여름에 오고 싶었던 맥코이 한남에서 커피를 홀짝였다.

커피를 마시지는 않지만 해당 카페 이름이 포함된 커피가 있으면 괜히 마셔보고 싶어 진다.

녹색과 어울리는 맥코이에 맥코이 커피가 있길래 한 잔 시켜 나무책상에서 책을 읽어보았다.

여름과 어울리는 카페에 날이 추운 어느 겨울날에 방문하여, 평온한 분위기에서 누군가의 생각이 담긴 책을 읽으니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취향이 무엇이었는지 뒤늦게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옅게 웃으며 문상훈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꼬마 소녀 마냥 생각했다.

왠지 여름이 어울리는 맥코이 한남

 

에어드랍으로 돼지사진을 받던 지리강사에서 폐급 군인과 찌질하지만 응원하게 되는 복학생을 넘나들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던 빠더너스 유튜브를 보기 시작한 건 복학생 시리즈를 통해서였다.

자기만의 세계가 확실한 대학생을 보며

한편으로는 짜증나게 귀여우면서도 그러면 안돼!를 마음 속으로 외치게 만들다가도

찌니꾸와 함께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이입해서 응원하고 있었다.

근래에 들어 유튜브를 자주 시청하는 편은 아니지만

복학생 시리즈는 혼자인 시절부터 찌니꾸를 만나고 공무원을 거쳐

성정하는 모습을 보며 당시 공무원을 합격해 둔 입장에서 더욱 몰입하며 재미있게 보았다.

(마지막 공항씬 너무 슬펐다.. 서로 타이밍이 맞았더라면..! 성숙해지기 전의 문상훈처럼 차라리 붙잡았더라면!!)

 

다양한 시리즈도 좋았지만 빠더너스가 아닌 문상훈을 좋아하게 된 건

자신의 생각을 적절한 비유를 통해 세상에 내놓은 영상이 라디오 주파수가 맞춰지듯

나의 생각과 결이 잘 맞았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 줄여라 라는 진부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내용도

질문하는 힘을 기르라는 교훈으로 끝맺음하는 모습을 보며 똑똑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유퀴즈에 출연하여 유재석과 조세호에게 쓴 편지를 보며, 어떻게 자신과 일면식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의 삶을 살아본 것 마냥 깊이 생각하여 당사자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지 감탄하며 보고는

생각뿐만 아니라 마음도 깊은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생각을 할머니가 손자에게 주는 고봉밥 마냥 꾹꾹 눌러 담아

책으로 엮어 출간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바로 주문을 하여 읽어보았다.

결국 나의 생각이기에 뱉어내듯 툭툭 적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저자는 자기검열이라는 단어까지 적으며 자신의 생각을 화단의 잡초를 솎아내듯 뽑아내었고,

이내 검열해서 뽑아 댄 잡초들은 사실 자신이 바라던 꽃과 열매의 마중물이라는 사실에

농약을 내려놓고 사람들에게 내어놓기로 다짐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몰래 담아왔던 꽃들은 여기 두고 갑니다. 자라기는 내 안에서 자란 꽃들인데,

뽑고 내팽개쳐 놓은 내 잡초들입니다.

벌레 먹거나 무른 것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내 흙이 묻은 거라 씻지도 않고 내놓습니다.

미리 죄송하고 미리 고맙습니다.

되도록 천천히, 느리게 봐주시면 좋겠지만 그런 마음도 다시 밀어 넣습니다.

제가 그동안 가을을 좋아했던 건 그 생각과 감정의 꽃들을 거둘 수 있어서였나 봐요.

이걸 알게 해주셔서 또 고맙습니다.' -2023년 가을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문상훈-

 

나를 가장 잘 아는 이는 세상에 나 자신이고 그런 나를 응원하는 사람도 힘들게 하는 사람도

결국 나인 것처럼 텃밭의 꽃과 잡초 모두 텃밭의 것이다.

무농약 무재해의 마음으로 농사를 짓듯 나를 가꾸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문학, 소설, 자기계발 등 다양한 독서 카테고리가 있다만

누군가의 생각이 적힌 에세이, 산문집이 좋다.

나는 남들이 무엇을 하며 사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좋아한다.

그래서 영상으로는 다큐3일, 기안84의 유튜브 관찰84를 보며 다른 사람들의 삶을 엿보았다.

이번에는 문상훈이라는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았고, 나는 좋았다.

아마 다음에 다시 읽어본다면 느껴지는 바가 또 달라져 있을 거라 생각된다.

 

맥코이 커피와 문상훈의 산문집, 새해 첫 날을 채우기에는 더없이 좋은 재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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